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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는 4번째 콘서트였다.

알바하고 밤새고 간 나는 매우 졸렸고.

심지어 스텐딩 줄을 서면서도 졸고 있었다.
이런 나를 다른 팬들은 신기하게 쳐다봤다.

그러다가 웅성웅성 해서 봤는데 탑이 있다고 하는 것이다.
근데 스텐딩 줄 서는 곳에 왜 탑이...?
하면서도 다들 사진찍으니까 맞나 하다 코스프레라는 말이 들려 보니 이마라인이 다르다고 얘기하며 아닌 것 같다고 우겼다.
사진도 한 장도 안찍었는데 진짜 탑이 아니여따...다행

그런 코스프레 정신이면 인정한다.

입장 후 내 위치는 서브스테이지 바로 앞이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사람이 꽤나 밀렸었다.

그동안 이렇게까지 물리적으로 인생에서 사람과 사람의 사이가 가깝게 있었던 적이 없었다고 생각할 정도로 가까웠다.

진짜 나가고 싶었는데 나가도 자리가 넓지 않아보여 그냥 있었다.

일본인이 계속 어떤 한국팬을 밀길래 내가 몇번이나 밀지말라고 해도 못알아듣는척 하길래 화나서 유 원트 다이? 이랬다. 계속 다이? 하면서 결백한 표정을 짓길래 옆 팬들이 돈푸쉬라는 말을 알려줘서 돈푸쉬 유 다이 계속 이랬다.
무식의 끝판왕.
다음에는 다양한 언어로 밀지마 밀면 죽는다 진짜 죽인다 이런 걸 외워가야겠다.

그래서인지 몇몇 쓰러지는 분들도 계셨는데 공연 중간마다 너무 걱정됐다.
다행히 주변분들의 재빠른 신고로 경호원분들이 의무실로 잘 모셔다 주셨다.

공연은 저번 공연이랑 순서도 비슷하고 공연 구성도 비슷했는데
(아무래도 같은 콘서트이기 때문에)

빅뱅이 함께하는 공식적인 마지막자리라서 눈물이 퐁퐁 솟아났다.

진짜 안울려고 안울려고 했는데 탑 멘트에 눈물이 고이고 라스트 댄스를 듣는데
눈물이 엄청 차올라서 어깨를 들썩이면서까지 울었다.

내 주위 팬분들 중에 한분은 울지말라고 달래주시고 한 분은 계속 뒤에서 내 등을 토닥여주셨다.
진짜 감사했다.

그리고 리앵콜을 하는데 진짜 팬분들이 끝까지 노래를 계속 부르셔서 마지막은 안내방송으로 끝이 났다.

(후에 들으니 리앵콜 때 나올 수 없는 룰이 있다고 영배가 팬미팅 때 얘기를 했다고 한다.)

나오고 나서는 진짜 너무 우울하더라.
저번 콘은 마냥 신났고 이번 콘은 마냥 슬펐다.

진짜 좋았는데 뭔가 되게 되게 슬펐다.
앞으로 라스트 댄스는 개인적으로 빅뱅이 돌아올때까지 못듣겠다.

그리고 나도 몇년동안 함께 있던 황홀했던 어젯밤이 계속 생각날 것 같다. 두고두고.

-나는 이 노랠 부르며 너에게 돌아갈꺼야.
아름다웠던 그댈 다시 볼 수 있다면
너와 이 노랠 들으며 마지막 춤을 출꺼야.
이 순간을 기억해 언제까지라도.
Just last dance.

리앵콜때 목이 터져라 불렀던 가사
진짜 절실하게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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