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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 26/28

헤어질 결심

by _0ina 2025. 4. 4.

이 블로그를 찾아주는 이가 있다면 감사할 따름이다.

느리지만 종종걸음으로 기록을 계속해내가고 있긴 하니
귀엽게 봐주기를

항상 나는 무언가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내 애정의 덕질역사에는 크게 두 챕터가 있었다.

1. Bang(정말 터짐)
주어를 언급하고 싶지도 않게 식탁 위 눌러붙은 냄비 자국처럼 남은 첫 덕질

2. 그리고 김연경이자, 여자배구라 읽는다.

이제 언니의 마지막 경기로 추측되는 경기만 남은
그 밤

내 안의 하나의 챕터를 갈무리하고파
(앞으로도 영원히 연경언니 팬이겠지만)
일기를 써본다.

나혼자 산다에 나온 연경언니를 보고 팬이 되었다.
도쿄올림픽 전이었다.
배구에 대해선 몰랐고, 그냥 언니의 멋짐에 팬이 되었다.

직관을 보러 결제한 날부터 코로나로 인해 무관중 경기가 시작됐다. (당시 경기는 무료환불 되었던 걸로 기억)

그러고는 잊고 살다 도쿄올림픽을 열심히 챙겨보았다.



중계를 지상파에서 안해줘도 꿋꿋히 경기를 보았고
다같이 한 목표를 위해 뛰는 선수들이 있었기에 팬이 되었다.


진짜 배구 때문에 울고 웃을 때 팬이 되었음을 직감했다.

하지만 직관을 보러간 것은 재작년 2023년에서야 이르렀는데,
기억 나는 것은 그 날의 공기
경기장 문을 열었을 때 모든게 달리 보여지던 순간
축구장만 가던 내가 어딜가나 잘 보이던 배구장
또 다른 챕터가 열린 기분이었다.

경기를 다 보고나서 다음 주 경기도 연달아 예매했고
정신을 차려보니 11월 한 달이 흘렀었고,
그렇게 그 년도의 겨울은 춥지 않았다.
더운 나날의 연속이었다.

시즌이 끝나고는 시즌을 기다려야 하니
사는 이유가 생겼다.
VNL도 보고… 올림픽도 보고…
해외 올스타도 가고
해외 선수들도 이름을 외우게 되고 그들의 역사를 알게 되고
그러다 보니 또 계절이 흘러 개막이 되었다.

아직도 여자배구의 모든 선수들이 좋다.
외국인 선수들도 좋고 우리 팀이 아녀도 좋고
경기를 현재 뛰지 않더라도 좋다.

그렇지만 이정도의 온도로 사랑하는 순간이 돌아올 수 있을까?
나는 잘 모르겠다.
무언가를 순수하게 응원하고 사랑하는 마음은 귀중한 것이기에 그런 기회가 또 찾아올지 모르겠다.
다만 그동안의 행운을 감사하고 싶다.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사람들끼리 팬이라는 소속감 안에서 서로 크고 작은 애정을 주고 받는 일
다른 곳에서 만나면 낯선 사람일 응원단장님과 치어리더 분들과 한 뜻 한 마음이 되어 응원을 만들어가던 시간들
얼굴이 눈익던 사람들이 생기던 날들
경기의 승패가 기분을 좌우하던 순간
바보같지만 내 앞에 닥친 일보다 배구가 중시되던 나날들

누구보다 코트에서 진심이었던,
또 실력만 좋은게 아니라
동료들에게 하던 깊은 마음씀씀이
분위기를 전환하던 리더십 등등
진짜 말을 할려면 10일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언니가 하던 배구가 없을 것라는 사실만으로도
내 안의 한 구석 삶의 한 챕터가 닫히는 느낌이다.

헤어질 결심의 한 대사가 떠오른다.

(여자)배구야,나 너땜에 고생깨나했지만 사실 너 아니었음 내 인생 공허했다.

이건 여자배구한테 하고 싶은 말.

항상 모든 순간 모든 태도가
삶의 귀감이 되었던 연경언니
배구선수로 뛰어줘서 정말 고마워요.



챔결 3차 전을 앞두고서야
김연경의 배구와 헤어질 결심.


——
운동선수 팬인 분들 은퇴를 어떻게 견뎌냈는지 알려주세요…
특히 연아킴 팬분들…
그리고 줄기세포… 아직도 개발 안됐나요…?
제발 우리 언니를 20살로 다시 돌려주면 안될까요?
무릎 좋으신 분 혹시 언니한테 기부해주시면 안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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