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변영주 - 영화로 더 나은 세상을 꿈꾸다.

_0ina 2020. 7. 9.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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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2,13

영화란 '세상을 좀더 바르게, 좋게 만들기 위해, 보다 많은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지치고 힘들 때 위로를 주는 것'

영화만큼 그 영화가 만들어진 시대와 사회를 명백하게 발현하는 대중예술이 없기 때문입니다. 

 

p.17

영화는 이처럼 고도의 기술력과 자본의 집중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여기서 이윤을 남기려면 국제적인 배급망이 필요합니다. 전세계 어디에서든 자본과 기술, 그리고 국제적인 배급망, 이 세가지를 모두 쥐고 있는 건 가진 자들밖에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영화는 필연적으로 가진 자의 담론, 즉 그 사회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담론 안에서 만들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p. 18, 19

독립영화란 자본이 집중된 스튜디오와 국제적인 배급망으로부터 독립적인 영화인 것이지요. 즉 독립된 자본과 독립된 배급망을 가지고, 지배담론 너머의 이야기를 하는 영화를 독립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한때 감독이 편집권을 가진 영화를 독립영화라고 불렀습니다. 

 

p. 25

즉 극장이 아닌 곳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것이 독립영화의 시작이었어요.  모든 게 다 불법이었던 것이지요. 

 

p.29

심의기준은 반드시 물리적이어야 하거든요. 예를 들어 전신 노출 장면이 몇초 이상 나왔다, 구체적인 성행위 장면이 몇초 이상 나왔다, 사람을 죽이거나 폭행하는 장면이 어떤 도구를 사용하여 몇초에 걸쳐 특정한 액션과 함계 나왔다, 이렇게 물리적인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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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온도의 경우와 같이 심적 근거를 인정하기 시작하면 '정부를 전복시킬 것 같은 느낌 때문에' '북한에 이로울지도 몰라서'라는 이유로 영화 상영을 금지하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저는 그래서 이 사례가 급진적인 정치영화가 심의에 걸린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p.34

이런 것들이 '덜 민주주의'의 핵심이에요. 시민들이 후진 인간이라고 믿는 사람들의 민주주의, 시민들이 가슴만 보면 흥분해서 범죄를 저지를 거라고 믿는 나라의 민주주의인 거지요.

 

p.35

한국 독립영화의 흐름이 다시 한번 바뀌게 된 건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이후입니다.

 

설명적인 다큐멘터리 - 화면 속의 캐릭터들은 극영화와 비슷하게 짜인 이야기 구조 안에 있고, 화면 밖의 내레이터가 실제 주인공처럼 기능하는 영화 

ex) 인간극장, 동물의 왕국

다이렉트 시네마 - 감독이 카메라에 담고자 하는 대상과 오랫동안 함께 지내면서 그들이 더이상 카메라를 낯설어하지 않게 되었을 때 그들의 모습을 담습니다. 이때 카메라는 단순히 옵서버 역할만 합니다.

시네마 베리테 - 카메라가 개입하기 위해 존재.

ex) 장뤼크 고다르, 공동정범(용산 참사)

 

p.44

이처럼 다큐멘터리는 형식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얘기의 핵심은 그거예요. 영화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재미있는 방식은 형식을 항시 염두에 두고 보라는 거예요.

 

p.48

최근에 제가 강연을 잘 안 하는 이유 중 하나인데, 우리는 항상 분노의 표적을 결정하잖아요. 뭔가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순간 그 불공정에 대해 연구하고 분석하지 않아요. 표적을 정하고 전진할 뿐이지요. 그러면 매번 누군가를 괴롭힐 수 있지만 어떤 것도 바꾸진 못해요.

 

p.55

우리 사회와 환견을 더 건강하게 바꾸는 건 결국 스스로를 '일개 무엇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 모두 훌륭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함꼐 무언가를 만들어야 돼'라고 말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이 환경에서는 어느 누구도 대의명분을 이유로 희생되지 않게 되는거지요. 저는 그래서 규칙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p.57

자기를 일개 무엇이라고 표현하지 마세요. 우리는 모두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우리의 말 한마디가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해요. 

 

p.59

왜라는 질문의 답에 따라 우리의 관계는 바뀌어요. 소통의 목적도 바뀌고, 저는 우리가 살면서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 하나가 이런 식으로 끈질기게 소통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언제나 대의명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요. 

 

p.60 

그리고 뭉뚱그려서 '그래, 우리 다음부터 잘해보자' 그러면 다 좋은 거라고, 자기 소통능력이 꽤 괜찮다고 생각하지요. 그건 소통능력이 아니에요. 그건 군대에서나 가능한 거예요. 어차피 제대하니까 2년 동안 버티기 위해서 쓰는 말이 '잘해보자'인 거지, 인생을 살면서는 어떤 경우든 ' 앞으로 잘해' 가지고 안 돼요. 지금 잘 안 되는 이유가 뭔지 알아야지요.

 

p.61

저는 영화 일을 하면서 내 문장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어가 아니라 문장요. 누군가 제게 '너는 주로 무슨 일을 하니?'라고 물으면 저는 '어부예요'라고 대답해요, 창작자가 일상적으로 하는 일은 물고기를 낚는 것과 비슷합니다. 

 

p.62

거기에 쓰인 노래들이 제 호수를 채우는 겁니다.

하지만 호수 속에는 제가 좋아하는 것들만 있는 게 아니라 살면서 영향을 받았던 여러가지 것들이 섞여 있습니다. 창작자는 일상적으로 그 안에 낚싯대를 들이대고 그것들을 낚는 겁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뜰채 같은 걸로 한번에 여러개를 잡으려고 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그냥 기다려야 해요. 2018년에 내 안에서 형성된 담론 가운데 지금 내게 화두가 되는 것 딱 하나를 잡는 거지요.

 

제 포부는 이거예요. 사람들이 제 영화를 보고 집에 가서 자기도 모르게 영화에 나온 적도 없는 어떤 문장을 떠올리는 거예요, 제가 정확히 표현하고자 했던 그 문장을요. 그러면 저는 '내가 엄청난 일을 해낸 건 아닐까' 하고 생각할 겁니다. 물론 저는 제가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관객의 집에 도청장치를 설치할 수는 없잖아요. 그냥 믿는 거예요. 내가 이번에 화두로 정했던 것을 영화 어디간에 숨겨놨는데 관객들이 그걸 바로 알아채진 못하더라도 다음날 '혹시 이런 얘기였나?'라고 잠깐이라도 생각한다면 그 얼마나 위대한 일인가. 그러면 저는 적어도 열흘 정도는 스스로 훌륭하다고 생각하고 지낼 수 있지요.

 

p.64

' 눈앞에 엄청나게 거대한 벽이 있다. 그걸 뚫고 지나가려면 한번에 부수는 대신 조그만 끌로 오랫동안 천천히 긁어내야 한다.' 라는 이 말을 성취라는 건 100미터를 18초 내에 끊는 것이 아니고, 한걸음 걷고 열걸음 뒤로 물러났다가 다시 두걸음 걷고 쉬고 하는 그 순간, 한 문장이 벽 바깥에서 우리를 반기지는 않지만 그 과정 안에서 한 글자씩 나타나게 되는 거라고 해석해요.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문장을 만들거나 영화를 만드는 방식이 제가 세상을 살아가고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어요.

 

p.65

대개 멋진 문장을 만나면 그 문장이 어디서 나온 누구의 말인지 기억하고 그 문장을 정확하게 외우려고 노력하잖아요. 하지만 저는 일부러 그걸 안 외워요. 그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 대신 그 말을 내가 왜 좋아하는지를 생까해요. 내가 왜 이 문장에 반했지? 내가 왜 이걸 계속 생각해요. 이유를 알게 되는 순간 그 문장이 제 입에서 조금 다르게 나와요. 저는 그 달라진 문장을 기억합니다. 그럼 그 말을 제가 한 말이 되는 것이지요.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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